New Page 3

자료실 

 



북유럽 연수 소감록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873회 작성일 10-04-24 11:20

본문

  
북유럽 연수를 다녀와서

교사 서원숙

나이답지 않게 가을을 타는 나에게 이 계절 11일간의 북유럽 연수는 큰 행운이었다. 20여년전 독일의 여류작가 루이제린저가 광주에 와서 느낀 문화적 충격을 호두를 이빨로 깨물어서 이빨 한 개가 부러졌다라고 비유하였는데 나는 뇌세포 몇개가 일탈하지 않았나 싶다. 10일간의 짧은 여행으로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것처럼 그 곳 삶의 전부를 단정하여 말할 순 없지만 여기에 적어 본다.

반나절 만에 울란바토르 대고원을 지나 10여년 전만해도 감히 꿈도 못 꿀 붉은 제국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빼째르부르크, 레닌그라드)에 도착하였다. 공항에서의 입국절차가 까다로워 구 공산체제의 차가운 경직감을 느꼈지만 러시아에 머무는 동안 자유화 물결 속에서 혼돈이 내재된 2중적 구조의 러시아의 실상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를 부흥시킨 피터(뾰뜨르)대제가 300년전 10여년에 걸쳐 네바강 하구 늪지대를 개척하여 만든 신수도로 서구로 가는 출구로 지목이다. 그는 진보적 사고와 결단력을 가진 인물로 ‘내가 변해야 남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조로 권위와 겉치레를 무시하고 발전된 서구문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개혁을 단행한 인물이다. 나폴레옹을 물리친 승전의 장소인 여름궁전에서 뛰노는 러시아 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이 밝고 힘차보였다. 레닌그라드 시절 독일이 침공하였을 때 인육을 먹으면서도 시를 사수하였던 성 페테르부르크 시민의 넋이 서려 있는 훈장과도 같은 도시로 피터대제와 함께 강한 여운을 남겼다. 러시아와 국경이 접해있는 핀란드는 경제신용도 연속 1위, IT강국으로서 세계시장 1위를 점하는 노키아 핸드폰을 자랑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고 남녀평등과 아동건강과 육아에 대한 사회보장 제도가 세계 1위, 그리고 맑은 물 1위를 자랑하는 부러운 나라다. 물, 돌이 많고, 밝고 투명한 햇살, 그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이 나라의 효자목(자일리톨 껌의 원료, 가구용 목재) 자작나무 이파리, 파란 물빛이 서늘한 공기 속에 평화롭고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핀란드에 있는 동안 내내 열등감과 절망감이 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첫째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그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법에 의한 지배’원칙이 적용되는 투명한 신뢰 시스템이었다. 시청 지하의 서민 매점, 대통령 관저와 서민 시장이 공존하는 마켙광장 등에서 관료와 위정자들부터 평등과 정직을 약속하고 실천하는 진정한 리더쉽을 볼 수 있었고 누구를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작은 원칙을 지켜가는 국민이었다. 두번째는 우리나라처럼 강대국 사이에서 민족적 수난과 질곡의 역사가 있으면서도 후손의 안녕과 행복을 우선하여 그들과 적대가 아닌 협력 관계 속에서 민족자존과 독립, 그리고 국가의 안보를 유지해온 지혜로운 역사의식이 배울 점 이었다.

다음 방문국 스웨덴으로 가기위해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운항하는 대표적인 크루즈 라인 실야라인(Silja Line)에 올랐다. 저녁에 출항하여 아침에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바이킹의 후예, 북유럽 베니스라 불리는 호반의 도시, 2400개의 섬에 있는 여름집으로 휴가를 가는 天惠를 너무 많이 받은 나라다. EU국가 중 경제 성장률 1위, 국민소득 35,000$를 유지하면서도 60년, 80년대 제 1의 복지국가로 불리던 시대는 이미 가버렸다고 하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賞인 5개 노벨상 중 4개가 시상되고 자동차 volvo, 세계적 음악그룹 Abba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집과 숲의 조화, 예술작품의 경지에 이른 거리의 광고물, 현대적 환경 조각품들이 어우러져 도시 환경이 격조 있고 세련된 분위기로 북유럽 디자인 예술의 최고를 보는 것 같았다. 서드라핀 고등학교를 방문하고 직업과 연계한 실용적인 교육 환경과 프로그램이 보았는데 물론 북유럽 선진국가 모두 대학교육까지 학비가 전액 무료인데다 시설과 환경이 너무 좋아 부러울 따름이었다. 하룻밤을 묵지 못하고 거쳐만 가게 되어 아쉽지만 자연환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노르웨이 오슬로를 가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송네피요르드로 가는 도중, 해발 1000m 이상 까지 펼쳐지는 노르웨이의 숲은 지상에서 아름다운 것 중 하나일 것이다. 흰 가지에 황금빛과 카키색조의 자작나무는 밸벳 같다. 에드워드 그릭의 솔베이송을 들으며 스쳐지나가는 자작나무 숲은 거울 같은 호수에 실제보다 더 곱게 투영되어 그냥 눈으로 스쳐 담기엔 너무 벅차다. 그 속에 수박씨처럼 예쁜 집들이 들어앉아 있는 절경은 돌아와서도 꿈처럼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였다.

노르웨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화가 뭉크의 ‘절규’와 ‘마돈나’를 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지만 대신 구스타프 위글란드가 평생에 걸쳐 제작했던 작품을 풀어놓은 조각공원을 보게 되어 대리만족하기에 충분했다. 출생에서부터 죽을 때까지 인생을 테마로 표현한 석조 작품인데 로뎅과 부르델 그리고 마이욜을 합쳐놓은 것 같은 분위기로 친근감이 들었다.

노르웨이 현지가이드가 노르웨이 사람들의 느슨한 게으름을 이야기 하며 한국사람 1,000명만 이곳에 데려다 놓으면 노르웨이를 꽉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虛勢라도 자신감이 생기고 듣기 좋았다.

아--아, 노르웨이여! 야이 엘스케 데이!

체코를 다녀간 사람은 누구나 천년 전 중세의 마법에 빠져버리는 듯싶다. 과거 나찌가 침공했을 때 하루 만에 항복하여 중세 古都가 고스란히 보존돼 이를 보러 1년에 1억명의 관광객 다녀간다고 한다. 프라하는 불타바(몰다우)강이 도심을 흐르고 있고 많은 중세의 성들이 산재해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적에 등록되어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체코가 공산화 이전에는 유럽에서 사는 수준이 9위 정도였다고 하니 체코인들은 러시아가 공산화 이전의 부를 빼앗아갔다고 가장 싫어한다고 하는데 공산치하의 공적 책임의 강점과 자유화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물가는 우리보다 낮지는 않지만 사회보장이 비교적 잘 되어 공무원 평균 봉급이 80만원-100원으로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니 그도 참 신기하였다. 사회보장이 웬만하기 때문에 부모도 자식에 기대지 않으나 자식은 부모 ! 임종 2-3년 전에는 당연히 모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니 우리의 부모 자식간의 집착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하였다. 폴란드인들이 즐겨먹은 돼지고기가 신통치 않아 그동안 애써 지탱해온 입맛이 개운치 않았다. 문득 러시아 가이드가 한 말이 생각났다. 누군가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으세요?’ 물으니, 답하길 ‘이미 나는 우물에서 호수로 나왔어요. 다시 우물로 돌아가겠어요? 이젠 바다로 가야지요.’ 나도 바다로 가고 싶다. 더 멀리...

허지만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지.

매운 김치와 된장국으로 입맛도 찾고, 탁한 공기도 마시며, 약간 의심스런 물도 마시며, 내 가족과, 많이 업그래이드 되어야 할 내 조국과 조국의 아이들과 함께, 다시 바다를 꿈꾸기 위해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